Outside로 보내버렸다 - 베르스타펜의, 이몰라에서 다시 증명한 승부사의 본능
막스 베르스타펜은 이몰라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이 왜 '현역 최고의 드라이버'라 불리는지를 입증해냈다. 퀄리파잉에서 오스카 피아스트리에게 폴 포지션을 내줬을 때만 해도, 레이스는 맥라렌의 페이스에 기대를 걸게 했다. 하지만 스타트 직후, 베르스타펜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대담한 선택을 했다. 바깥쪽 라인을 붙잡고 텀부렐로 시케인을 통과하며 피아스트리를 제쳤고, 그 장면은 이번 그랑프리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게 됐다. 마치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레드불의 진짜 속도가 거침없이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베르스타펜은 스타트가 “특별히 좋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상적인 라인에 있었고, 그 위에서 과감하게 차를 던져 넣었다. “그냥 보내버리자.” 그렇게 결심한 그의 선택은 단순한 추월이 아니라, 레이스 전체의 흐름을 결정짓는 기점이 되었다. 그가 선두로 나선 이후에는 단 한 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VSC 상황에서의 피트 인 타이밍, 하드 컴파운드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페이스, 세이프티카 이후 리스타트에서도 무결점의 운영. 모든 순간이 완벽하게 계획된 듯 진행됐고, 그 완성도는 “레이스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모범답안 같았다.
금요일 프랙티스에서의 불안정한 모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베르스타펜은 “엄청난 개선이 있었고, 그 점이 정말 만족스럽다”고 말했지만, 그 개선의 핵심은 단지 차량 성능의 문제가 아니었다. 레드불 팀 전체가 얼마나 신속하게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치밀하게 전략을 짰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결과였다. 기계적 우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험과 감각, 그리고 실행력의 총합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이번 승리는 레드불 팀에게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팀의 400번째 그랑프리에서 거둔 우승. 단순한 숫자 이상의 무게가 실려 있는 이 승리는, 과연 지금 이 팀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성명서와 같았다. 베르스타펜 역시 “굉장히 자랑스럽다”며, 전략과 피트 스톱, 전체 운영까지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비록 드라이버 챔피언십 포인트에서는 아직 오스카 피아스트리(146점)와 랜도 노리스(133점)가 앞서 있지만, 베르스타펜(124점)은 분명히 위협적인 존재로 다시 올라섰다. 숫자는 흐름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몰라에서 보여준 그의 주행은, 단지 포인트 경쟁을 좇는 수준이 아닌, 흐름을 바꾸고 판도를 뒤흔드는 힘을 보여준 경기였다.
그리고 그 흐름의 이면엔 또 하나의 이야기, 유키 츠노다가 있다. 퀄리파잉에서의 큰 사고, 피트레인에서의 출발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순위를 끌어올린 끝에 10위로 들어오며 마지막 포인트를 챙긴 그의 주행은 말보다 더 큰 의미를 전한다. 지금의 레드불은 베르스타펜 혼자만이 아니라, 팀 전체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이제 다음 무대는 모나코다. 완전히 다른 트랙,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 레이스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베르스타펜은 그저 자신이 만들어낸 이 완벽한 주행을 음미하고 싶다고 했다. 그럴 자격이 있다. 왜냐하면 이몰라에서의 그는, 단순히 이긴 것이 아니라 레이스 그 자체를 정의했기 때문이다.
■ 참고
F1 NEWS - Verstappen talks through bold Piastri pass that ‘unleashed’ Red Bull’s pace in statement Imola victory dr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