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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네켄이 다큐멘터리로 마을을 살린 방법
    일상/후기 2026. 7. 26. 12:39

    인구 214명 마을에 남은 마지막 펍, 그리고 26명의 이상한 결심

    사진 출처: THE RISE SUN

     

    마을에서 불이 하나씩 꺼졌다

    아일랜드 남서부, 리머릭 카운티의 작은 마을 킬틸리(Kilteely). 인구는 214명. 원래도 크지 않은 마을이었지만, 몇 년 사이 이곳에선 이상한 일이 반복됐다. 우체국이 문을 닫았다. 상점이 사라졌다. 대장간도, 유제품을 가공하던 크리머도 자취를 감췄다. 마을 사람들은 그때마다 "그래도 아직 펍은 있으니까"라고 서로를 다독였다.

    그 펍의 이름은 '어헌스(Aherns)'. 노린 어헌(Noreen Ahern)이라는 이름의 주인이 90시간에 달하는 살인적인 주당 노동시간을 견디며 홀로 지켜온 곳이었다. 그런 그녀가 마침내 은퇴를 선언했다.

    마을에 마지막 남은 '모이는 공간'이 사라질 참이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람들


    여기서 이야기는 조금 이상하게 흘러간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마을은 그냥 받아들이다. 어쩔 수 없지, 하면서. 그런데 킬틸리에서는 26명의 주민이 손을 들었다. 이들의 면면이 흥미롭다.

    변호사 리암 캐롤(Liam Carroll), 낙농업자, 정원사 노엘 오데아(Noel O'dea), 회계사 보스코 라이언(Bosco Ryan), 심리학자 에디 오데아(Eddie O'dea), 목수 토미 오데아(Tommy O'Dea), 상인 션 해피넌(Sean Heffernan)까지. 공통점이라곤 접객업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이들은 각자 약 1,500만 원(1만 5천 유로)씩을 모았다. 목표 금액은 30만 유로. 변호사가 법적 서류를 검토하고, 회계사가 장부를 짜고, 목수가 인테리어를 손보고, 심리학자가 팀의 사기를 관리하는 그야말로 마을 전체가 각자 재능을 들고 모인 임시 회사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사진 출처: THE RISE SUN

     

    생맥주 따르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이들이 인수한 순간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 중 누구도 펍을 운영해 본 적이 없었다. 생맥주 라인을 청소하는 법, 완벽한 하이네켄 파인트를 따르는 법.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새로 배워야 했다.

    여기서 하이네켄이 등장한다. 브랜드는 이들에게 로고를 붙이고 홍보하는 대신, 조용히 실무를 도왔다. 현지 담당자 셰인 볼랜드(Shane Boland)가 파견되어 인프라를 함께 설계했고, 하이네켄 아카데미(Ahhh-cademy)를 통해 바텐딩 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펍은 새 이름을 얻었다. '더 스트리트 바(The Street Bar)'.

     

    문을 다시 열던 날

    재개장한 펍을 처음 발을 들인 날, 신디케이트를 이끈 정원사 노엘 오데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켜낸 건 벽과 바 카운터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몰려온 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다.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을 단골손님 존 코너리(John Connery)는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펍이 무너졌다면 끔찍한 상실이었을 것이다. 펍이 죽으면, 마을도 죽는다."

    이 한 문장이 이후 하이네켄 캠페인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된다.

     

     

    이야기가 다큐멘터리가 되기까지


    하이네켄은 이 실화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아일랜드 출품작 '요양원(Sanatorium)'을 연출했던 감독 가르 오루크(Gar O'Rourke)에게 카메라를 맡겼다. 그렇게 10분짜리 다큐멘터리 '죽기를 거부한 펍(The Pub That Refused To Die)'이 탄생했고, 2026년 2월 더블린 국제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U0FNEVBwVi0&t=15s

     

    감독 오루크는 이 작품을 "커뮤니티, 회복력, 조용한 결단력에 뿌리를 둔 진정한 언더독 스토리"라 불렀다. 실제로 영상 속 주인공은 대기업도, 전문 경영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디자인 매체 DesignRush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었다. 하이네켄 로고는 의도적으로 작게,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게. 기업 냄새가 나지 않는 진짜 이야기였다.

     

     

    감동으로 끝내지 않았다

    여기서 이 캠페인은 남들과 달랐던 지점이 나온다. 하이네켄은 눈물을 짜내고 끝나는 '단발성 감동 스토리'를 경계했다. 대신 신디케이트 멤버 6명의 실제 직업을 살려, 다른 마을이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실전 매뉴얼을 만들었다.

     

    담당자 직업 전수한 노하우
    노엘 오데아 정원사 팀원 배치와 성장
    보스코 라이언 회계사 현실적인 목표 설정
    션 헤퍼넌 상인 비용 절감 전략
    에디 오데아 심리학자 동기 부여, 멘탈 관리
    리암 캐롤 변호사 라이선스, 법적 절차
    토미 오데아 목수 퍼펙트 파인트 따르는 법

     

    여기에 더해, 24시간 쏟아지는 초보 운영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보스코 라이언의 페르소나를 학습시킨 '보스코 AI 헬퍼'까지 만들었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접객 경험 없다고? 문제없다. 킬틸리의 26명도 해냈다."

     

     

    이야기가 다른 마을로 번지다

    그리고 정말로, 이야기가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다.

    하이네켄과 킬틸리 주민들은 폐업 위기에 처한 다른 마을들을 순회하며 상영회와 Q&A를 열었다. 그 결과 코 티퍼레리의 발리루비(Ballylooby) 마을이 자신들의 펍 '크리시스(Chrissies)'를 공동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허버트스타운(Herbertstown)에서는 30~40명의 주민이 '아치 바'를 지키기 위해 모였고, 쿤(Coon) 마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숫자로도 반향은 뚜렷했다. 언론 보도 1,196건, 노출 기회 약 2억 9백만 회. 그리고 2026 칸 라이언즈에서 크리에이티브 전략 부문 그랑프리를 포함해 5개 부문을 수상하며, 하이네켄은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브랜드'로 선정됐다.

     

     

    결국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말


    킬틸리는 지금도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요즘은 텍사스에서 온 관광객이 들를 정도로, 예상치 못한 명소가 됐다. 스트리트바 매니저 에일린은 이 변화를 두고 그저 "기쁘다"라고 했다.

    이 캠페인이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결국 단순하다. 펍은 술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마을의 거실'같은 곳이라는 것. 그리고 그 거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26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지켜냈다는 것. 하이네켄은 이 이야기에 카메라를 들이댔을 뿐이지만, 그 카메라 덕분에 비슷한 위기에 처한 다른 마을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펍이 죽으면, 마을도 죽는다. 킬틸리는 그 말을 증명 대신, 반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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