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전의 일이다.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집 가까운 곳에 외출하기도 꺼려지는 요즘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 당시 나는 하나의 사진 색감에 빠져 있었다.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아지지 않는 그런 느낌의 색감이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아침 일찍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도 도쿄에는 친누나가 있었다. 친누나에게 하루 가이드를 부탁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진 편집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리고 우연히 그토록 찾아 해메던 색감을 찾았다. 이러한 사정으로 2019년 7월에 다녀왔던 도쿄 여행기를 이제야 올린다.
여행수기입니다. 여행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2019년 7월 3일.
일이 끝난 시간은 새벽 4시였다. 도쿄행 비행기의 출발 시간은 8시, 적어도 7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집에 들러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겼다. 짐은 전날 미리 다 싸 두었다. 준비를 마치고 바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이렇게 일찍 인천공항에 온 적은 처음이었다. 공항 내 상점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게이트로 가는 길에 열린 카페에서 가락국수를 판매하는 것을 봤다.
짐을 최대한 줄였다. 1박 2일 일정에 불필요한 짐을 모두 뺐다. 가방에는 카메라와 충전기, 갈아입을 옷, 핸드폰 짐벌, 맥북, 여권 등 꼭 필요한 것만 챙겼다.
8시에 출발하는 도쿄행 최저가 항공권을 구매했다. 비행기를 탈 때면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비상구 좌석으로 예약한다. 비상구 좌석은 일반 좌석보다 조금 더 넓어서 발을 편히 뻗을 수 있다. 직접 선택하지 않아도 운이 좋으면 발권할 때 비상구 좌석으로 배정받기도 한다. 대신 비상구 좌석은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야 한다.
도쿄까지는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밤샘근무를 한 탓인지 자리에 앉아서 이륙도 하기 전에 잠이 들었다. 도착할 때쯤 일어나니 좌석 앞쪽에 입국 신고서가 꽂혀 있었다. 입국신고서는 착륙 전 기내에서 미리 작성하는 게 편하다.
도쿄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바로 지하철을 타러 왔다. 미리 예약해둔 티켓을 받아 들고 지하철을 타러 왔다. 도쿄 공항에서 시내까지 고속철도를 이용했다. 지하철에는 시내로 가려는 여행객들이 많았다. 캐리어를 두 개씩 들고 가는 사람이나 나같이 가방 하나만 메고 온 사람 등 국적도 다양했다.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본 시골마을이다. 한국 시골과 닮은 듯 다른 모습이다.
도쿄 시내에 도착하니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비가 올 것만 같은 하늘이었다. 사진 찍기에는 좋지 않았지만 여행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뜨거운 햇빛이 없어서 돌아다닐만했다.
점심으로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다. 일본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 중 하나다. 이 오코노미야끼는 시모키타자와 HIROKI라는 곳의 오징어•새우•관자•시소 오코노미야끼다.
오코노미야끼, 한국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일본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분위기다. 맛은 충분히 따라 할 수 있어도 비행기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일본까지 와서 가게를 찾아와 직접 사먹는 분위기의 맛은 절대 따라할 수 없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가서 먹어보고 싶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보통 1박 2일로 여행을 간다 그러면 굉장히 빡빡한 일정을 생각한다. 짧은 시간 안에 되도록 많은 곳을 보려고 한다. 하지만 난 그런 여행을 싫어한다. 그건 여행이라고 하기보다는 관광에 가깝다.
내가 추구하는 여행은 한 곳을 보더라도 오랫동안 그곳을 느껴보는 것이다. 천천히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다.
도쿄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을 택했다. 한적함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일본 지하철은 한국과 많이 달랐다. 같은 곳을 지나가더라도 회사 노선별로 탈 수 있는 지하철이 달랐다. 지하철을 탈 때면 내가 어느 회사 노선을 타야 하는지 잘 보고 타야 했다. 이동하는 동안 탔던 지하철은 지하로 다니는 것보다 지상으로 다니는 게 더 많았다. 어쩌면 그게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공원이다.
이곳은 유일하게 갔던 카페다.
저녁으로는 일본에 사는 누나 찬스로 굉장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정말 배 터지게 많이 먹느라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다.
때로는 카메라로 찍는 것보다 직접 보고 맛보고 느끼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가 있다.
1박 2일의 여행은 짧았지만 만족도는 어느 여행보다 높았다.
이 여행을 통해 느낀 건,
내가 여행하는 곳은 결국 누군가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내가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곳도 누군가에겐 여행지다.
라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힘들게 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멀리서 여행하는 기분으로 내 삶을 바라보며 살아가 보는 게 좋겠다 생각한다.
여행사진은 갤러리에 올렸습니다.
2021/01/01 - [사진/Gallery] - 2019년 7월, 도쿄 여행사진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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