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V8/V10 "소리의 귀환인가, 혁신의 역행인가"
    F1 Note/F1 이모저모 2025. 7. 12. 20:37

    “소리의 귀환인가, 혁신의 역행인가”

    ― FIA 회장 빈 술라옘의 V8·V10 구상과 분열된 팬덤

     

    F1 팬 커뮤니티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이 말은 단순한 향수의 표현이 아니다. 포뮬러 1이 스포츠로서, 쇼로서, 기술 쇼케이스로서 품고 있던 '본능적인 매력'이 엔진 사운드에서 시작되었다는 집단적 기억이다.

    그 기억에 다시 불을 붙인 인물이 있다. FIA 회장 모하메드 빈 술라옘이다. 그는 지난 7월 브리티시 그랑프리 현장에서, "F1이 2029년에 자연흡기 V8 엔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공식 발언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희망이나 상징이 아니었다. 지속가능 연료와 단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병행하는 구체적인 기술 시나리오와 함께였기 때문이다.

     

    2026년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하이브리드 V6 엔진 규정은 이미 수년간의 협의 끝에 완성됐다. 그러나 빈 술라옘은 그보다 3년 뒤, 다시 자연흡기 V8 엔진으로의 회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V8은 V6보다 더 가볍고, 제조 단가도 절반 수준이며, 팬이 요구하는 감각적 만족도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그는 "현재의 엔진은 지나치게 비싸고 복잡하다. 우리가 원한 기술 진보는 이것이 아니었다"며, “V8 복귀는 FIA·FOM·팀 모두에게 합리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심지어 일부 인터뷰에서는 “이미 논의는 시작되었고, 3년이면 충분하다”며 ‘기정사실화’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 발언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팬 커뮤니티 에서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많은 팬들은 “V10 사운드만 다시 들을 수 있다면 복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열광했다. “요즘 F1보다 포르쉐컵이 더 큰 소리를 낸다”는 비판은, 그만큼 엔진 사운드가 팬 경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V6 하이브리드를 위해 수억 달러를 쏟아부은 제조사들이 3년 만에 방향을 틀 수 있겠나?”, “지속가능성과 기술 혁신이라는 F1의 철학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특히 기술 기반의 장기 투자 회수 없이 규정을 변경하면, 팀과 제조사 간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또한 일부 팬들은 “e-연료와 단순 KERS를 전제로 한 V8 복귀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조건부 찬성을 내놓기도 했다. 단순한 향수 회귀가 아니라, 환경성과 기술 간극을 조율할 수 있는 구조적 해결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F1을 처음 접한 많은 사람들은 빠른 속도와 귀를 찢는 듯한 강렬한 엔진 사운드에 먼저 매료된다. 그것은 고성능의 기계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레이스의 본능적인 충격에서 출발한다.

    기술이 먼저가 아니다. 감각이 먼저다. 그리고 그 감각이 심장을 자극한 후에야,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비로소 시작된다. F1은 본디 ‘기술을 위한 스포츠’가 아니라, ‘인간을 매료시키기 위한 기술의 쇼케이스’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그때 그 시절의 사운드가 돌아온다면, 팬도 돌아올 것이다. FIA는 물론 팀과 제조사, 스폰서 모두 기술과 자본, 규정을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시스템은 결국 팬이 존재할 때만 유지된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다.

     

    V8·V10 회귀 구상에는 여전히 넘을 산이 많다.
    첫째, 제조사들의 투자 회수 기간이다. 2026년부터 도입되는 PU는 GM, 아우디, 포드 등 새로운 엔진 공급사들의 합류를 통해 구성된다. 이들은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상태로, 적어도 3~5년간은 안정적인 규정 지속을 원한다.

    둘째, 지속가능 연료 인프라다. 합성연료(e-fuel)의 단가는 여전히 리터당 7~9달러 수준으로 비싸며, 이를 대중적 공급 구조로 만들기 위한 산업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F1의 정체성 논란이다. 기술 혁신과 환경 책임을 내세워온 F1이 다시 자연흡기 엔진으로 회귀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의 핵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빈 술라옘의 구상은 확실히 팬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 감정이 기술적 정합성과 산업적 현실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1은 단지 빠른 자동차를 보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기술과 자본, 규정과 감성이 뒤엉킨 복합 쇼케이스다. 빈 술라옘이 제안한 V8의 귀환은 단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 기술을 어떻게 감성적으로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V8이냐 V6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운드와 무게감 속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있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V8의 귀환은 단지 공허한 레토릭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답을 낸다면, 그것은 F1의 또 다른 진화일 수 있다.

    필요하다면 본 칼럼을 블로그, 뉴스레터, F1 전문 콘텐츠 플랫폼에 맞게 요약본 또는 확장 시리즈로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원하시면 이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