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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책 소개] 모멘트, The Moment, 더글라스 케네디


책 소개

단 한 번뿐인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

<빅 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들려주는 ‘사랑하기’와 ‘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 『모멘트』. 통일 독일 이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와 분단과 냉전으로 상징되는 비극의 역사가 서로 얽히며 펼쳐진다. 베를린, 페레스트로이카 시절. 여행 작가 토마스는 동베를린 출신의 페트라를 만나는 순간 운명적인 사랑을 직감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생각될 만큼 두 사람은 잠시도 떨어질 줄 모른다. 하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토마스는 사랑을 떠나보내고, 페트라가 떠나고 나서야 그 순간이 생의 전부를 결정지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20여 년이 흐른 후, 토마스에게 페트라의 노트가 전달된다. 동독 비밀경찰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노트였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소개

 

더글라스 케네디 (Douglas Kennedy)

 

미국의 작가로 1955년 뉴욕 맨해튼 출신이다.

소설 <빅 피처>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주로 집필하는 장르는 스릴러, 범죄, 소설 뿐 아니라 여행기, 수필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자기 조국인 미국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그의 소설에서도 미국에 비판적인 시각을 읽어낼 수 있으며, 작가 본인도 미국 국적을 버리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래서인지 그의 소설은 프랑스에서 인기가 많다.

국내에서는 출판사 밝은세상에서밝은 세상에서 <빅 피처>로 처음 이름을 알리고, 빅 피처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밝은 세상에서 다른 작품들도 차례로 정식 발매되기 시작했다.

소설 대부분이 굉장히 잘 읽히는 편이다. 스토리 진행도 빠르고, 무엇보다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수비고 뚜렷하게 느껴지기 때문. 가령 작가의 소설 중 <모멘트>의 경우, 방대한 책 두께를 자랑하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잘 읽힌다.

부인이 외도를 해서 이혼 경력이 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설들 내에서 주인공의 부모이건 주인공이건 이혼이 굉장히 많이 나타난다. 대부분 책 내의 이혼의 원인은 결혼생활에 대한 염증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치적 올바름과 스노비즘 성향이 있다. 예를 들면 주인공 중 한명이 그냥 단순한 미국 sf상업영화를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하고 여러 작품에 예술영화에 대한 예찬이 나오는 걸 보면 지적 허영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1400만 부 이상의 책을 판매했으며, 22개 국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나무 위키]



옮긴이의 말, <조동섭>

 

진정한 사랑이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나도 언젠가 나의 진짜 반쪽을 만나게 되진 않을까. 그렇게 운명 같은 사랑을 바라다가 '그런 낭만적인 일은 영화와 소설에서나 가능한 거야'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바람을 어리석다 여기게 될 때, 그때 우리의 청춘은 끝난다.

어쨌든 그 낭만적인 바람이 환상일지라도, 청춘을 한참 벗어난 나이가 되었을지라도, 소설에서 그런 사랑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우리는 여전히 가슴 떨리는 흥분과 함께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사랑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행복한 미래를 눈앞에 두었던 주인공은 자존심에 눈이 멀어 그 사랑에 눈을 질끈 감는다. 청춘의 실수. 그것은 한순간이다. 놓쳐 버린 기회, 사라져 버린 행복. 청춘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반세기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 그 청춘을 돌아보게 된 중년 남자는 비로소 그 모든 순간과 순간이 모여 지금의 삶을 만들었음을 깨닫는다.

물론 주인공의 실수는 자신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지만 잘못을 탓하기에는 당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특수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스무 해가 넘은 지금, 젊은 독자에게는 '동서로 나뉜 베를린'이라는 배경이 낯설게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독일은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였으며 분단 상황에 대해서도 더욱 자세히 배우곤 했다.

1980년대 초, 분단시대의 베를린이 소설의 중요한 배경이다. 독일이 통일된 지도 어언 20여 년이 지났으며, 동독돠 서독으로 나뉘어 왕래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과 냉정, 정치와 이데올로기 선전, 정보국과 스파이 등등의 요소가 우리 젊은 독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어 오히려 이 소설 속 요소들이 더욱 친숙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내용

 

P. 165

우리는 바라는 걸 얻으리라는 기대로 이튿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바라는 걸 얻게 되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걸 우리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결국 기다림이란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에 기초할 뿐이다. 하지만 그 바람을 서둘러 드러내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관심을 보이되 속이 들여다보이면 안 된다. 그것이 기다림이다.

 

 

P. 210

“당신에게 빠진 게 무서워서. 당신과 함께 한다면 행복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그 행복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어. 그게 무서웠어.”

 

 

P. 429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날 나는 비겁하게 달아났고, 그 중압감은 여전히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지만 내 마음속 장벽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P. 438

나는 몸과 마음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살아났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캐나다에서 돌아오자 베를린에서 온 상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자 오른쪽 위에 페트라의 이름과 프렌츠라우어 베르크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P. 536

나는 자유롭다.

우리는 자유롭다.

 

 

P. 573

살다 보면 우리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고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일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결코 그런 일들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두려워도.

 

 

P. 574

우리는 운명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운명을 조종하는건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자기도 모르는 새, 자신의 바람과 달리, 우리는 자기 자신의 운명을 조종한다. 아무리 끔찍한 비극과 맞닥뜨려도 우리는 그 비극에 걸려 넘어질지 아니면 넘어서서 앞으로 나아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비극에 맞설지 피할지도 선택할 수 있다. 가족에게 구속될 걸 두려워하면서도 가정을 이루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영원히 오점으로 남을 결정이란 걸 알면서도 그대로 밀어붙이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사랑을 받아들일지 피할지도 선택할 수 있다.

 

 

P. 590

어쨌든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는 늘 자신이 선택한 시나리오로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길지 않은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뜻대로 완성해 가야 한다.

 



후기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거의 다 읽었다. “모멘트”를 2020년에 읽었지만 이 책은 2011년에 발간된 책이다. 거의 10년이 되었지만

주인공은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고, 작가가 만들어낸 모습이기도 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실제로 존재했을 거라 믿게 만들었다. 허구의 일이 아닌 작가 자신만 알고 있던 일, 자신이 겪은 경험을 비밀스럽게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에 나오는 묘사와 감정은 감성적이며 섬세하다. 이 감성적이며 섬세함이 굉장히 좋다.

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나는 어떤 기분일까? 슬픔, 기쁨, 우울, 행복. 어떤 기분과 감정에 휩싸여 있을지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을 하곤 한다. 

이 책이 다 읽고 느낀 슬픔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했다. 진정한 사랑을 찾았지만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한 탓에 떠나보냈다. 그 사람이 떠난 게 아닌 내가 떠나보냈다며 평생을 자책하면서도 그리워하며 지낸 날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슬픔과 공허함을 느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모든 순간순간이 모여 지금의 삶을 이루었다.’

그 모든 순간순간의 선택이 지금의 모습이다. 나였다면,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선택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