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알본의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감격도, 아쉬움도, 그리고 약간의 허탈함도. 이몰라에서 펼쳐진 에밀리아-로마냐 그랑프리에서 알본은 윌리엄스에게 기적과도 같은 포디움 가능성을 눈앞까지 바라봤지만, 결국 다섯 번째로 체커기를 받으려 레이스를 마감했다.
레이스 초반, 알본은 막스 베르스타펜과 랜도 노리스 뒤를 바짝 따르며 상위권에서 놀라운 페이스를 보여줬따. 기회는 중반에 찾아왔다. 에스테반 오코의 하스 머신이 멈춰 서며 가상 세이프티카(VSC)가 나왔고, 알본은 이 틈을 타 피트 인에 성공하며 일찌감치 타이어를 교체한 오스카 피아스트리를 점프했다. 이 시점에서 알본은 잠정 3위로 올라서며, 믿기 힘든 포디움 기회를 손에 넣었다.
"정말 입맛을 다시고 있었죠." 알본은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피아스트리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아요. 새 타이어의 페이스가 너무 좋았거든요."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레이스 후반 다시 등장한 세이프티카는 알본의 전략에 찬물을 끼얹었다. 타이어를 다시 갈고 나온 그는 샤를 르클레르와 루이스 해밀턴 사이에 끼어 있는 애매한 위치로 복귀하게 됐고, 르클레르를 급히 추월하려던 시도는 해밀턴에게 역공의 기회를 제공하며 순위를 내주는 계끼가 됐다. 이후 페라리가 르클레르의 수비에 대한 패널티 가능성을 우려해 알본에게 길을 열어주었고, 그는 다섯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결과는 윌리엄스에게 엄청난 성과이지만, 알본 본인에게는 "조금 이상한 감정"으로 남았다. "우리는 순수한 레이스 상황에서 P3 나 P4도 가능했어요. 물론 VSC 덕을 보긴 했지만, 마지막 세이프티카 타이밍은 운이 없었죠. 마이애미에 이어 이몰라에서도 연속 P5를 기록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느껴진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들리긴 하네요."
그는 르클레르와의 배틀을 좀 더 전략적으로 풀었다면 해밀턴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금 더 참았어야 했을지도 몰라요. 너무 서두른 감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알본은 현재 윌리엄스의 퍼포먼스에 대해선 "정말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계쏙해서 '이번만큼은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레이스에서도 계속 빠르더라고요. 마이애미는 빠를 거라 예상했지만, 이몰라에서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요. 다음주 모나코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바르셀로나는 좀 어려울 것 같지만, 이 흐름을 즐기면서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한때는 중하위권에서 맴돌던 윌리엄스, 이제는 레이스마다 포디움을 꿈꾸고, 그 꿈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이몰라에서의 P5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그들이 어디까지 올라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는지도 모른다. 알본의 말처럼 "이 흐름이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는 주말이었다.
■ 참고
F1 NEWS - Albon left with mixed feelings over P5 finish in Imola after ‘licking my lips’ at potential Williams po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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