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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Note/F1 2025 NEWS

이몰라에서의 붉은 반전극 -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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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해밀턴의 반격, 샤를 르클레르의 고독한 질주

에밀리아-로마냐의 햇살 아래, 페라리의 붉은 두 대는 11번과 12번 그리드에서 출발했다. 전날 예선의 참담한 결과를 딛고, 일요일의 주인공이 될 자격을 애초부터 갖춰지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이몰라라는 이름이 지닌 낭만은 언제나 '예상 밖'의 드라마를 잉태하는 법이다. 루이스 해밀턴은 이 드라마의 중심에서, 페라리 드라이버로서 첫 반전을 써내려갔고, 샤를 르클레르는 그 반전의 그림자 아래서 씁쓸한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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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차로 질주하는 쾌감 - 루이스 해밀턴의 회고

"정말 오랜만에 앞으로 나아가는 레이스를 했다."

P12에서 출발한 루이스 해밀턴은, 누구보다 차분하고 노련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이몰라 서킷을 지배해갔다. 유리했던 점은 초반 스틴트를 길게 가져간 전략과 그 와중에 터진 버추얼 세이프티카(VSC). 절묘한 타이밍으 ㅣ피트스탑은 그를 레이스 중반부 상위권으로 이끌었고, 이후에는 오직 실력으로 무대를 장악해갔다. 막판까지도 맥라렌의 오스카 피아스트리와의 간격은 2초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해밀턴의 진심을 담기 어렵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티포시 앞에서, 붉은 차를 타고 그런 레이스를 했다는 게... 지금 시즌 최고의 순간이었다." 관중의 함성을 직접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 속에서 분명 ‘연결된 감정’을 느꼈다. 단지 레이스의 결과가 아닌, 페라리와의 교감. 해밀턴은 이번 주말을 ‘차와의 시너지’라 표현했고, 이는 단순한 경기 운영 이상의 정서적 완성을 의미했다.

물론 그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아직 징크스를 말하긴 일러요.” 페라리의 SF-25는 여전히 일관된 퍼포먼스를 보장하지 못하는 머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세팅, 이번 전략, 이번 주말은 분명 ‘가능성’을 증명했다. “오늘 우리가 뭘 잘했는지, 그리고 왜 잘됐는지를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 그의 태도는, 한 경기의 결과에 들뜨기보다는 장기적인 반등을 위한 냉철한 프로페셔널의 자세였다.

 

예정된 실망의 또 다른 이름 – 샤를 르클레르의 고백

같은 차를 타고, 같은 위치에서 출발했지만 샤를 르클레르의 하루는 그리 우아하지 않았다. P6. 수치로 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그가 담은 표정은 오직 하나, ‘짜증’이었다.

르클레르의 전략은 애초부터 세이프티카와 맞지 않았다. 버추얼 세이프티카는 완전히 어긋났고, 풀 세이프티카는 피트할 타이밍에 더 이상 쓸 타이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리스타트 후 그는 알렉스 알본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막판에는 알본의 뒤에서 P5를 놓쳤다. 그 과정에서 보였던 수비는 다소 과감했다는 평가를 받을 법도 했지만, 르클레르는 “그 상황에선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의 말처럼, ‘P11에서 출발하면 누군가를 추월해야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지치게 만든 건, 언제나 같은 곳에서 마주하는 한계다. “이젠 내가 운전 자체를 짜증 내며 하고 있는 것 같다.” 르클레르가 내뱉은 이 말은 단순한 아쉬움 이상의 감정, 레드 팀의 1드라이버가 마주하는 현실적 무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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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드라이버, 한 팀. 그러나 서로 다른 시선

해밀턴과 르클레르는 같은 날 같은 차를 탔지만,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해밀턴은 첫 페라리 시즌에서 ‘붉은 기쁨’을 맛봤고, 르클레르는 또다시 반복되는 무력감과 마주했다. 누군가는 무대를 향한 길을 열었고, 누군가는 그 무대의 막 뒤에서 조용히 좌절을 삼켰다.

하지만 둘 모두, 어쩌면 같은 질문을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다음은, 과연 진짜 반등일까?”

이몰라는 페라리에게 여전히 완벽한 홈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누군가는 이곳에서 자신의 '페라리 첫 번째 순간'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더 간절한 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붉은 팀의 진짜 반격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이다.


참고

F1 NEWS - Hamilton hails ‘really great feeling’ of fightback to P4 at Imola as Leclerc reflects on ‘frustrating day’

https://www.formula1.com/en/latest/article/hamilton-hails-really-great-feeling-of-fightback-to-p4-at-imola-as-leclerc.3dXllEdgiweO3h7MuC2wB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