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몰라를 흔든 선수들 - 누가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2025년 에밀리아-로마냐 그랑프리는 그야말로 '정적 속의 격동'이었다. 드라마틱한 사고 없이도 눈을 뗄 수 없던 레이스 속에서, 기민한 전략, 침착한 스티어링, 그리고 타이밍을 가른 단 한 순간의 판단이 운명을 갈랐다. 이몰라에서 빛났던 드라이버들을, F1 공식 파워 랭킹 패널의 평가를 통해 짚어본다. 참고로 파워 랭킹은 머신의 퍼포먼스를 제외하고 순수히 드라이버 퍼포먼스만으로 평가된다.

■ 막스 베르스타펜 (레드불)
“Win it or bin it” – 승부사의 본능이 만든 또 하나의 걸작
막스 베르스타펜은 경기 시작 전부터 ‘첫 코너 승부’를 공언했고, 그는 그대로 해냈다. 탬부렐로 코너에서 오스카 피아스트리를 바깥쪽으로 파고드는 기막힌 라인으로 제압한 그 순간, 이미 레이스는 기울었다. 이후 그는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고, 타이어 관리와 경기 운영에 있어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펼쳤다. 머신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낸, 또 한 번의 마스터 클래스였다.
2025.05.21 - [F1 Note/F1 2025 NEWS] - Outside로 보내버렸다 - 베르스타펜의, 이몰라에서 다시 증명한 승부사의 본능

■ 알렉스 알본 (윌리엄스)
다시 한번 증명된 윌리엄스의 상승세, 그리고 그 중심의 남자
마이애미에 이어 이몰라까지. 연속으로 톱5를 기록한 알본은 더 이상 '복귀'라는 단어조차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 스타트 타이어를 길게 끌고 가며 VSC 타이밍에 완벽하게 들어간 전략과, 이후 안정적인 페이스로 레이스를 컨트롤한 판단력은 현역 최고의 전략적 드라이빙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비록 세이프티카로 약간의 손해를 봤지만, P5는 충분히 가치 있는 결과다.
2025.05.21 - [F1 Note/F1 2025 NEWS] - 포디움의 꿈과 현실 사이 - 알렉스 알본의 이몰라 P5 소감

■ 루이스 해밀턴 (메르세데스)
무너진 퀄리파잉, 반등한 레이스 – 베테랑의 품격
퀄리파잉 Q2 탈락은 충격적이었다. 그것도 페라리의 홈에서. 그러나 해밀턴은 포기하지 않았다. 레이스 중반 VSC와 세이프티카 타이밍을 적절히 활용하며 순위를 끌어올렸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노련한 추월로 관중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4위 체커 플래그와 함께, 이몰라 관중석에서 페라리 팬들조차 박수를 보낸 건, 해밀턴의 진심 어린 레이스 때문이었다.
2025.05.21 - [F1 Note/F1 2025 NEWS] - 이몰라에서의 붉은 반전극 - 페라리

■ 아이작 하자르 (레이싱 불스)
루키의 한계를 넘어 – 완성형으로 향하는 가속도
연습 주행 스핀은 다소 불안한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이를 만회했다. Q3 진출, 9번 그리드, 그리고 그리드를 그대로 살려낸 일관된 레이스는 루키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팀 포인트에 실질적인 기여를 이어가며, 레이싱 불스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 카를로스 사인츠 (페라리)
주말의 리듬은 좋았으나, 타이밍이 운명을 갈랐다
퀄리파잉에서 알본을 앞섰던 사인츠는, 불운의 초입을 너무 빨리 열었다. VSC 전에 들어간 피트 인은 리스크였고, 결과적으로 손해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끈질긴 레이스 운영으로 8위까지 복구한 모습은, 그의 집중력과 실전 감각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 랜도 노리스 (맥라렌)
퀄리파잉은 실망, 레이스는 만회 – 마지막 10랩의 주인공
피아스트리, 베르스타펜, 러셀 뒤에 머문 퀄리파잉은 분명 아쉬웠다. 하지만 레이스에서 그는 이를 만회했다. 첫 스틴트를 길게 끌고 간 뒤, 후반부 SC 타이밍에 맞춰 신선한 타이어로 교체한 전략이 적중했다. 덕분에 마지막 랩에서 피아스트리를 추월하며, 값진 2위를 챙겼다.

■ 오스카 피아스트리 (맥라렌)
자책의 스타트, 절제된 레이스 – 실수가 만든 손실과 극복
이번 주말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세나와 같은 이몰라 4연승. 하지만 베르스타펜의 강렬한 스타트와 자신이 말한 '조금 이른 브레이킹'이 모든 걸 갈랐다. 이후에는 경기 전개 속 VSC로 인한 전략 손해까지 겹쳤지만, 큰 무너짐 없이 P3를 지켜낸 레이스는 인상적이었다. 실수와 복구, 그 모두를 보여준 주말이었다.

■ 페르난도 알론소 (애스턴 마틴)
‘세상에서 가장 운 없는 드라이버’ – 그의 말은 이번엔 사실이었다
퀄리파잉에서 미디엄 타이어로 5번 그리드를 만들어낸 알론소는 이몰라의 진정한 퀄리파잉 스타였다. 그러나 이후 모든 흐름은 VSC와 SC에 막혔다. 리듬을 탈 수 없었던 그는 11위라는 불운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경기 후 무전기의 한 마디, “I’m the unluckiest driver in the world.”는 모든 걸 요약했다.

■ 니코 훌켄버그 (킥 자우버)
보이지 않는 저력, 계속되는 존재감
개막전 호주에서의 깜짝 활약 이후, 이몰라에서도 훌켄버그는 조용히 제 몫을 했다. 점수권 진입까지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VSC/SC 타이밍을 적절히 활용한 경기 운영,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레이스는 베테랑의 관록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사소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의 선수다.

■ 샤를 르클레르 (페라리)
전략의 틈새를 뚫고, 마지노선을 지킨 레이스
팀의 이탈리아 홈그라운드에서 Q2 탈락이라는 참사를 맞이했지만, 르클레르는 초반 피트 인으로 변수를 만들려 했다. 그러나 VSC 타이밍은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 알본과의 격전을 뚫고 P6에 오른 모습은 포기하지 않는 리더의 면모였다. 아쉬움 속에서도 최소한의 결과는 챙겼다.
■ 아깝게 랭킹에서 밀려난 조지 러셀 (메르세데스)
화려했던 초반, 씁쓸했던 마무리
베르스타펜과 피아스트리를 잠시 위협할 정도로 인상적인 스타트를 보였지만, 타이어 마모와 함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그에 따르면 “차라리 체커드 플래그가 반가웠다.”는 레이스였다. 그의 표현처럼, 전반적인 인상은 강렬하지 못했다.
총평
이번 이몰라 GP는 명백한 실수보다는 '선택의 차이'가 운명을 갈랐다. 같은 머신, 같은 전략이라 해도 미세한 타이밍과 판단이 최종 결과를 결정지었다. 베르스타펜은 이를 정확히 짚어냈고, 알본과 하자르는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 반면, 사인츠와 피아스트리, 르클레르와 같은 선수들은 순간의 선택이 가져온 무게를 끝까지 안고 달려야 했다. 이몰라는 조용히 말한다. “정확한 한 수가 승부를 바꾼다.”

■ 참고
F1 FEATURE - POWER RANKINGS: Who impressed our judges during an incident-packed weekend at Imola?
https://www.formula1.com/en/latest/article/power-rankings-who-impressed-our-judges-during-an-incident-packed-weekend-at.5bPEMQur9j5BR2ESwcns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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