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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찍는다는 것
    일상/일상 2026. 7. 11. 14:58

     

    너무 오래 쉬어버린 탓일까.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카메라를 손에 쥐어도, 뷰파인더를 들여다봐도, 예전처럼 셔터를 누르고 싶다는 충동이 일지 않는다. 프레임 안에 무언가를 담아내는 순간의 그 짜릿함, 어떤 장면을 마주쳤을 때 몸이 먼저 반응하던 그 감각이 지금은 아득하게 느껴질 뿐이다.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부터였다. 시간이 갈수록 의미 없는 컷들과 기획 없는 제작들이 늘어났다. 마감에 쫓겨 급하게 찍은 영상들, 왜 필요한지도 모른 채 편집해야 했던 컷들, 누군가 시켜서 만들었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없는 결과물들. 그런 작업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사진과 영상에 흥미를 잃어갔다. 카메라는 도구가 아니라 어느새 노동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가장 두려웠던 건 이 질문 앞에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찍고 싶은 건 무엇일까?"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았던 이 물음이, 정작 가장 낯설고 막막한 질문이 되어버렸다. 수많은 컷을 찍어왔지만, 그 안에 내가 있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남의 요구를 담아내는 데는 익숙해졌지만, 내 시선을 담아내는 법은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답이 정해지지 않은 이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다시 시작해보기로 한다.

    거창한 각오는 아니다. 그저 다시 많이 보고, 듣고, 찍고, 편집해보는 것. 잘 찍어야 한다는 부담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목적도 잠시 내려놓고, 순수하게 보고 듣고 담아내는 행위 자체로 돌아가 보는 것. 서툴러도 괜찮다. 의미 없어 보여도 괜찮다. 지금 필요한 건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잃어버렸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시간이니까.

    언젠가는 그 무수한 시도들 속에서 나만의 색깔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그것이 언제일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멈춰 서서 답을 기다리기보다는 다시 걸으며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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