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우리를 품은 도시에 말을 건다는 것
시간을 보낸 공간도 그 사람을 만든다. 이 책은 나를 만든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유년 시절에는 수동적으로 공간들을 만났고, 성인이 되면서 점차 나에게 맞는 공간을 찾아다니거나 머무는 곳을 꾸미거나 건축가로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어려서 주어진 부모와 형제는 바꿀 수 없지만, 나이 들어서 만나는 친구와 책과 영화는 선택할 수 있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통해 지금의 나를 만든 공간들과 내가 좋아하는 몇 곳을 소개하려 한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여러분만의 공간을 찾고 주변에 나누기를 바란다. 남들이 정한 '핫 플레이스'만 찾아다니는 것은 기성품만을 소비하는 것과 같다. 이 도시에서 여러분만의 공간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를 안고 있는 이 도시가 말을 걸어올 것이다. 여러분의 도시가 어려서 소풍 때 하던 보물찾기 놀이터가 될 것이다. 이 도시는 보물섬이다. 여러분이 고시원 골방에 갇혀있는 느낌인가? 어디를 가려면 돈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우리의 도시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그 공간들을 숨기고 있는 도시가 여러분을 품어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목차
1. 나를 만든 공간들 : 유년 시절
2. 나를 만든 공간들 : 청년 시절
3. 보물찾기 : 내겐 너무 특별한 도시의 요소들
4. 보물찾기 :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
5. 보물찾기 : 혼자 있기 좋은 도시의 시공간
6. 보물찾기 : 일하는 도시의 시공간
Epilogue
나는 자기애가 강하다. 세상을 읽을 때에도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근거해서 바깥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을 제대로 알려면 내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말을 하기 위해 굳이 소크라테스 말까지 인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세상을 사랑하는 것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애를 갖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세상을 사랑하고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 자신을 ㅇ라고 사랑하는 것이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일은 조금씩 만들어가면 된다.
유현준 교수를 처음 알게된 건 알쓸신잡을 통해서였다. 알쓸신잡에서 보여준 그의 시각이 마음에 들었다. 인문학이 담겨있는 건축, 세상을 건착가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공간들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어떤 사람이 궁금해졌다.
이 책은 유현준 건축가의 공간들이 담겨있다. 어릴적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자신이 살아온 공간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 공간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에필로그의 첫 문단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자아를 형성하는데 환경은 큰 영향을 끼친다. 공간이라는 것이 곧 환경을 만든다. 내가 있는 공간이 나의 환경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나는 지금까지 내가 지나온 공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떤 공간들을 거쳐가야 할까?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할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42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꺼운 책이지만 사진과 글의 구성이 부담스럽지 않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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