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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를 '재난'이 아닌 '성실함'이라 부르는 노인
    일상/글 2025. 12. 17. 16:56

     

    [브런치북] 비를 '재난'이 아닌 '성실함'이라 부르는 노인을 만났다

    "쉬는 날인데, 왜 마음이 편하지 않지?"

    혹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밀린 업무나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지우고 계시진 않나요? 남들은 다 치열하게 달리는 것 같은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아 불안했던 적은 없으신가요?

    제가 쓴 단편 소설 <쉬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의 주인공도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12월의 어느 날, 불청객 '죄책감'과 함께

    일주일에 단 하루뿐인 휴무. 주인공은 꿀맛 같은 휴식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어도, 카페에 앉아 있어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불청객이 있었거든요. 바로 '죄책감'이라는 녀석입니다.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남들은 저렇게 치열하게 뛰고 있는데, 너만 멈춰 있어도 되는 거야?
    녀석은 내가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휴무를 즐길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귓가에 끈적하게 속삭였다.
    (본문 중에서)

     

     

     

    주인공은 그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려 카페로 도망칩니다. 하지만 카페 안의 풍경은 그를 더 주눅 들게 합니다. 전공 서적을 파고드는 대학생, 미간을 찌푸리며 자판을 두드리는 프리랜서... 모두가 각자의 레일 위에서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예고 없이 쏟아진 재난, 그리고 한 남자

    그때였습니다. 마른하늘이 무너져 내리듯 12월의 겨울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갑작스러운 폭우에 카페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아, 미치겠네. 우산 없는데."

    "일기예보엔 없었단 말이야!"

     

    사람들의 짜증과 불안이 뒤섞인 소음 속에서, 오직 단 한 사람만이 고요했습니다. 방금 막 카페에 들어선 한 노신사였죠. 그는 젖은 우산을 갈무리하고, 따뜻한 홍차 한 잔을 시킨 뒤 가방에서 낡은 책을 꺼내 듭니다.

    마치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책을 읽는 그의 모습. 주인공은 홀린 듯 그를 관찰합니다.

     

    "비가 참 성실하게도 내리는군요."

     

    비는 점점 더 거세져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흙탕물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투덜거립니다. 이대로는 집에 갈 수도 없고, 계획했던 모든 게 엉망이 될 거라고요.

    그런 주인공에게 노신사는 창밖을 가리키며 뜻밖의 말을 건넵니다.

     

     

    "젊은이, 저기를 자세히 보게나. 우리가 보기엔 하늘이 구멍 난 것처럼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 같지. 무섭고, 감당할 수 없을 거대한 덩어리처럼 보일 거야."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의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사실은 저게 다 한 방울이라네."

     

     

    한꺼번에 쏟아지는 재난이 아니라, 하늘에서 땅까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며 내려오는 '성실한 한 방울'들의 행진이라니.


    당신의 하루도 '성실한 한 방울'이었습니다

    노신사의 그 한마디는 0.1%의 오차를 잡기 위해 밤새 모니터 앞에서 씨름하던 주인공의 지난한 밤들을 위로합니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제자리걸음만 한 것 같았던 시간들.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던 무의미해 보였던 타자 소리들. 그 모든 것이 실은 헛수고가 아니라, 메마른 땅을 적시기 위해 가장 먼저 떨어져 내린 **'첫 번째 빗방울'**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빗속으로 걸어 들어갈 용기

    소설의 끝자락, 주인공은 더 이상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우산을 펴고, 튀어 오르는 흙탕물에 옷이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빗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어차피 젖을 것이라면, 차라리 시원하게 젖어버리는 편이 나으니까. 뚜벅, 뚜벅. 나의 발걸음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울려 퍼졌다.

    (본문 결말 中)

     

     

    <쉬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는 불안이라는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혹시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손에 잡히는 결과가 없어 초조하신가요? 잠시 멈춰 서는 것조차 두려워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소설을 통해 잠시나마 '나만의 속도'를 되찾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비는 그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이미 빗속을 걷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요.

     

    📖 브런치북 전편 읽으러 가기 👉 https://brunch.co.kr/brunchbook/steadfast

     

    [브런치북] 쉬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우리는 늘 달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잠시라도 멈춰 서면 등 뒤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남들은 저렇게 앞서가는데, 나만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걸까?' 그 불안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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